2006년. 11월 26일. 기로빅스 게시판에 올린 글:
두렵습니다.
체육시간만 되면 달리기라도 하라고 할까 전전긍긍하던 제가,
운동이라고 하면 그 누구와도 경쟁하는 것을 지레 포기하던 제가,
요즘은 자꾸 철인 3종 경기를 생각하게 됩니다.
저 의 체력을 과신해서도 아니고, 누구에게 자랑해 보이고 싶어서도 아닌데, 원장님 덕분에 마라톤을 시작하게 되고, 불과 두어 해만에 아무 움직임도 하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려면 도무지 허전하고 개운치가 않아서, 내일은 꼭 뛰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잠을 청하게 됩니다.
그러다 부상으로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되어, 대신 수영도 해 보고, 자전거도 타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세 가지 종목으로 되어 있는 철인 3종 경기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그 런데 진짜 철인 경기라는 아이언맨 코스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데, 올림픽 코스는 도전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막상 세 가지 코스를 한꺼번에 하게 되면, 이런 경솔한 저의 생각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되겠지만, 지금도 저는 수영을 1.5km를 한번에 할 수 있는 능력과, 사이클 40km도 해 봤고, 달리기도 10km 이상 각각 다른 날 뛰어 보았으니까, 해볼만 할 것 같네요. 일차로, 올림픽 코스 목표는 수영 35분, 사이클 1시간 35분(25.26km/h), 마라톤 60분. 총 3시간 10분 이내에 완주하는 것으로!
우선 빠른 시일 안에 올림픽 코스 도전에 성공한 다음에, 생각만 해도 아찔한 아이언맨 코스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바다 수영 3.9km, 사이클 180.2km, 마라톤 42.195km를 총 17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대회.
제대로 철인이 되어야 하는 아이언맨 코스는 준비하는 데 아마 한 3년은 더 걸리겠지만, 이걸 연습할 수 있으려면 예전같이 살아서는 연습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제 인생의 방향도 형태도 이런 것을 연습하고 도전할 수 있는 쪽으로 바꾸어 놓고 싶습니다. 그것이 지금의 저에게는 아이언맨 코스 완주보다 더 값진 목표일 것 같습니다.
아이언맨 코스를 연습할 수 없는 식의 삶을 산다면, 제대로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될 것이고, 연습을 하면서도 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저는 나름대로 새로운 성공을 이루었다고 스스로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몹시 두렵지만,
제 인생의 전환점을 이뤄내고자 도전할 것이고,
건강한 삶의 시작과 중심을 일궈 가는 삶을 살기 위하여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10년 안에는 사하라 횡단 마라톤까지 꿈꿔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 전에 60km 울트라와 100km 울트라 마라톤부터 완주해야 할텐데, 왜 이리 험난한 목표들만 눈앞에 가득한지… 으스스…
그래도 성공하는 그날까지~, 으라차차!!!
덧붙임.
나는 시골에서 자랐으면서도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몸도 약하고 순발력도 친구들에 비하여 크게 떨어진다. 숨을 헐떡이는 운동이라고는 군대 가서 뛰고, 휴일에 축구 몇 번 해 본 정도가 전부다.
그런 까닭에 새로운 운동을 조금만 힘들게 해도 그 즉시 몸에 이상이 생겨서 며칠은 고생을 해야 한다.
기로빅스에 처음 들어가서 목요일 밤에 10km 달리기를 하고 와서, 한참 쳐진 꼴찌로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걷지를 못했다. 한두 주만 걷지 못한 게 아니고 두어 달이나 달리고 나면 계단을 오를 수 없어서 난간을 잡고 기어오르 내렸다. 며칠을 그렇게… 다른 신입 회원들은 첫날 정도 좀 불편해 하고 두번째부터는 10km 완주 후에 잘들 걸어다니던데, 나는 모든 부위가 전혀 단련이 안 되어 있는 듯했다. 처음 뛸 때부터 작년 말까지 발바닥 이곳 저곳에 물집이 생겨 달리면서 내내 고통스러웠다.
3년째 생활 마라톤을 해 오면서도 여러 부위의 부상을 돌아가면서 겪고 있다. 그래도 부상을 겪고 난 부위들은 이제는 튼튼해졌으니, 지금 당하고 있는 발목 위 골막염이 제발 달리기에서 오는 마지막 부상이었으면 좋겠다. 달린지 만 3년째인 올해부터는 물집도 생기지 않는다.
지난주부터 한번에 1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고 있는데, 첫날부터 오른손 손가락을 쓰는 데 불편하다. 젓가락질이 안 된다. 오른손 손가락이 불편하니 타자도 잘 안 되고, 양치질, 세수, 모든 것이 불편하다. 하는 수 없이 수영을 하면서 며칠 자전거를 쉬어야 겠다.
자전거를 타면서 당장 무릎 관절이 아파왔다. 첫날도 이튿날도, 최근까지도. 손가락 근육이야 안 쓰던 곳이니까 탈이 난다 치더라도, 자전거 1시간 탔다고 무릎 관절이 아픈 것은 정말 속상하다. 3년 동안 마라톤을 해서 3,000km를 넘게 달렸는데 아직도 무릎 관절이 덜 강화되었단 말인가?
같이 자전거를 탄 사람은 운동을 거의 안 하던 사람인데 멀쩡한데, 내 무릎은 왜 이런지… 내 몸은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한번도 수업료 제대로 안 내고 이뤄진 적이 없는, 에누리 없는 내 인생처럼, 내 몸도 새로운 운동을 하려면 새로운 관절 부위가 하나하나 단련될 때까지는 부상과 고통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내 인생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에, 이제는 그런 내 몸과 인생에 애착마저 든다.
어쨌건 자전거를 탄지 일주일밖에 안 됐으니, 점차로 연습과 휴식을 병행해 나가면서 안 쓰던 무릎 관절 부위를 강화해 나가야 철인 3종 경기 이상의 운동을 하더라도 부상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하루이틀 후면 낫겠지 하는 기대는 운동 시작 후 한번도 생기지 않았다. 발바닥 물집은 2년 반이나 마라톤을 한 다음에야 더 이상 생기지 않았고, 달릴 때의 양쪽 무릎 관절 부상, 왼쪽 고관절 부상, 오른쪽 발목 위 골막염; 그리고 자전거로 인한 오른손 손가락 근육 불편, 양쪽 무릎 관절 불편… 치룰 건 다 치뤄야 남들만큼 되는 몸이니, 내 사업도, 내 인생도 힘겹지만, 그렇게 그렇게 수업료 많이 내고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나면, 늦깎이로 남들만큼 올라설 것으로 믿어진다.
오늘부터는 운동 종목에 달리기와 사이클 이외에 수영도 추가한다.
수영은 참 좋은 운동이다. 웬만큼 무리를 해도 몸의 특정 부위에 무리가 오지 않으니까. 근데 수영도 제대로 안 해서 문제가 안 생긴 건지도 모른다. 기로빅스를 하기 전에는 나의 운동이라는 것이 매우 초딩틱했으니까. 하여튼 오늘부터 일주일에 이틀 정도를 1.5km 이상씩 풀장에서 수영 훈련을 할 생각이다.
오른쪽이 풀장에서 한 바퀴를 할 때마다 누르는 카운터. 왕복 수영을 하다 보면 헤아리던 걸 까먹곤 하므로.
일주일에 1~2회 수영, 2~3회 자전거 40km, 1~2회 15km. 그리고 하루나 이틀 정도는 휴식.
언제쯤 이 세 가지를 하루에 다 할 수 있게 될지…
그래도 노력한만큼 내 몸도 내 인생도 강화되니, 정직한 내 몸과 인생이 고맙지 않은가!
2006. 11. 27.의 나의 댓글:
제가 학교를 졸업 후 교직 3년을 끝내고, 서울로 와서 10년 넘게 일한 방식이 무슨 전쟁 치듯이 산 것 같습니다. 좋아서 한 일이었지만, 재주가 부족하다 보니 몸으로 떼우는 식이었죠. 친구도, 가족도, 사회 활동도 다 아랑곳 않고 오로지 효율과 목표 달성에만 몰두하며 사무실에서 살다 시피하기를 주로 했죠. 많은 우리 나라 직장인들이 아마 이렇게 제몸을 녹여가면서 일의 성취에 빠져 있을 겁니다. 딴짓하느라 세월 보내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이렇게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은 절대로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죠.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가 않죠.
죽기 살기로 일을 해도 짊어진 무게를 헤쳐나갈 수 있는 돌파구가 생길까 말까 한데, 어찌 다른 관심사를 하면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이제는 돈 만드느라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삶은 사양하겠습니다. 건강이 있어야 행복도 있는 것이므로, 일도 건강을 누리면서 돌보겠습니다. 두 가지를 추구하면서 끝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삶 자체가 저에게 주어진 남은 인생이라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분수를 넘어서 사치스럽게 건강을 추구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건강과 사랑과 가족과 친구, 친지를 멀리하는 일은 이제부터라도 고쳐 나가려고 합니다. 제 분수에 맞게 일하면서 운동에도 함께 빠져 있는 모습이 앞으로 제가 바라는 저의 삶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