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 나는 부상에서 회복한 후 드디어 10km를 50분 안에 달리기로 마음 먹었던 날이다.
31~2도를 더운 날씨지만, 공원이라 그래도 직사 광선의 괴로움은 상당히 피할 수 있다. 일주일 전에 51분에 골인했기 때문에 오늘은 50분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며칠 동안 잠을 잘 자지 못하여 컨디션이 엉망인 데다가, 오늘도 일어나자 마자 밥을 먹고 두 시간도 안 되어 뛰러 나왔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일단 해 보기로 작정하고 나왔으니 시작해 보는 거지 뭐.
5km까지 최대한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고, 걱정했던 것보다 힘들지는 않았지만 패이스가 좀처럼 올라가 주지 않았고 호흡은 턱밑까지 차올랐다. 4km 통과하면서부터 패이스 유지가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신히 4분 59초 패이스를 왔다 갔다 하면서 뛰는데, 남은 6km를 이렇게 힘든 패이스로 지속할 수 있었지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몇 번을 다짐하면서 5km를 통과할 때의 기록이 25’12”.
남은 5km에서 12초를 앞당겨야 하는데, 1km조차도 지금 패이스로 달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100미터가 10분처럼 느껴지고 벌써 1~2km나 패이스를 오바해서 달려 왔는데, 어떻게 남은 5km나 더 지금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단 말인가…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자,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어차피 오늘 10~30초를 넘겨서 50분을 깨지 못할 바에는 지금처럼 이렇게 힘들게 뛰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설령 이대로 끝까지 달린다 하더라도 불과 몇 십초 차이로 목표 달성은 실패하는데, 힘들기는 더럽게 힘들테고, 가다 보면 토하기까지 할 것 같은데, 좀 살살 뛰면 안 될까 하는 나약한 생각이 자꾸만 스스로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
아하, 별 의미없이 죽을 고생을 하는 것이 이런 경우겠구나 싶었다. 그렇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들수록 나 자신을 다그치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다. 그럴수록 가슴은 터질 것 같고 다리는 휘청거리고… 아 죽겠다~~~
7km에서 일단 목이라도 축이고 싶었지만, 물을 마실 수 없었다. 괜히 시간만 5~10초를 지체해 버려서 후회가 되었다. 조금만 참지 그걸 못 참아서 물을 찾아 헤매다니… (하지만 목이 타들어 가는데 어쩌란 말이냐구?) 바쁜 마음을 재촉하지만 이제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한 발 한 발을 처음 내딛는 심정으로 뻗고 뻗는 길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걷는 사람과 충돌까지 하고… 아 정말 싫다…
그러면서 드디어 8.5km 지점을 지나면서 4박자 호흡을 3박자 호흡으로 바꾸면서 지금 잠깐 나태한 생각을 가지면 골인 지점 들어가서 얼마나 후회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10초가 늦든 20초가 늦는 상관없다. 끝까지 나 자신의 나태함과 타협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에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다.
400미터 남았다는 안내 음성이 이어폰으로 들려왔다. 이미 눈은 풀리고 목젖은 입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상황이었지만, 한번에 내쉬고 한번에 들이쉬는 두박자 호흡으로 바꾸면서 눈을 질끈 감고 100미터만 달리면 끝날 것처럼 뛰었다. 그런데 겨우 100미터쯤 달렸을 때, 마른 입안에서 목젖이 붙으면서 구토가 터져 나왔다. 아뿔싸… 꾸엑~ 꾸엑~ 겨우 겨우 진정을 시키고 침 몇 번 퉤퉤 뱉어주고 다시 뛰었다. 10초나 20초쯤 지체했겠지만, 그러고 다시 뛸 수 있는 것이 정말 다행스러웠다. 이제는 시간이고 뭐고 모른다. 남은 300미터만 뛰어 들어가면 된다. 100미터, 200미터, 왜 이리 먼가? 골인 축하 음성은 왜 아직 안 나오는 건가?
터질 듯한 가슴으로 드디어 골인 축하 음성 안내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조금만 더 뛰자는 생각이 또 솟았다. 왜? 토하지 않고 조금 더 뛸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의 100미터가 1km보다 훨씬 더 힘들지만, 골인 지점보다 200미터를 더 그대로 내달려서 아이팟 나노를 멈추고(이놈은 왜 한방에 멈주는 단추가 없는 건지… 메뉴를 누르고 서너 칸 아래쪽에 운동 끝내기 메뉴를 땀에 젖은 손으로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지 모르는지… 만든 놈 보면 꼭 따지고 싶다.) 물을 둔 곳까지 걸어가면서 기록을 보니, 아뿔싸, 불과 10초를 늦게 들어온 것이다.
도중에 예상한 것보다 좋은 기록이었다.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4km부터 골인 지점은 10km까지 정말 힘들게 뛰었지만,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게 힘들게 끝까지 뛴 나 자신이 대견해 보였다. 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을 때만 사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고,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도 남은 골인 지점까지 사력을 다하여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인내와 끈기, 정신력. 그것이 인생이구나 싶었다.
덕분에 오늘 내 인생에서 너무나 소중한 깨달음을 얻은 날이 되었다. 포기하지 말자. 실패가 눈앞에 보이더라도 그 일을 끝낼 때까지는 끝까지 아무리 힘들어도 죽을 힘을 다하여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결과가 보잘 것 없더라도 스스로 마음으로지만 얻는 것이 더 많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것이 작은 행복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