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은 아무리 좋은 운동이라도 반드시 휴식을 곁들여 가며 하라고 지침을 주셨는데, 오늘은 쉬어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다가도 해저물녘만 되어면 바람난 뭣처럼 눈길이 자꾸만 창밖으로 간다. 이제는 이런 변화에 익숙해져서 몸을 굴리는 것을 즐기게 된 까닭이라 본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잠자리에 드는 날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낸 것만 같은 공허함이 게을렀던 하루를 후회스럽게 만든다. 그러니 다음날은 어둡기 전에 으레 달리러, 자전거를 타러, 수영을 하러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제 철인 3종 경기 완주라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으니, 한번에 1.5km~2.0km씩 하는 수영도 다시 재미가 붙었다. 풀에서 수영을 30분 이상 쉬지 않고 하면서도 좀처럼 지치지 않는 내 체력을 깨닫고는 물살을 헤치는 동작에 회심의 힘살이 들어가기도 한다. 운동을 끝내고 다리에 물기를 닦으면서 알찬 근육으로 들어찬 종아리와 허벅지의 변화가 나 스스로에게 만족의 미소가 피어나게 만든다.
역시 운동은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사람을 여럿 만들어 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조금 꾀를 부리고 싶을 때 그 동지들 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나에게 불을 당긴다. 전에는 두려하던 그런 상황을 이제는 즐기게 된다. 어디 따라붙을 테면 붙어봐라, 서로에게 멋진 레이스가 될테니…
예전 같으면 하루에 2~3km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여겼을텐데, 이제는 10km 이내로 달리는 것은 성에 차지 않는다. 운동을 즐기지 않던 사람은 하루 2~3km를 달리는 것으로는 좀처럼 운동에 빠져드는 몸으로 바꾸기 어렵다. 힘들더라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10km 달리기를 3개월만 해 보라는 원장님의 말씀을 정말 따르기 싫었지만 일단 3개월만 해 보자고 생각하고 따라한 것이 결국은 6개월만에 운동에 빠져드는 몸으로 바꾸어 놓았다.
내가 우리 두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꼭 체득하게 해 주고 싶은 것도, 운동에 빠져들 수 있는 체력을 지니게 해 주는 일이다. 최소한 아들녀석만큼은. 공부에 빠져들게 할 기초는 엄마가 잘 해 주고 있으니까, 나는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삶을 맛보여 주면 된다고 본다. 솔하는 초등 5학년이 되기도 전에 그 가능성을 입증해 주었다. 좀더 기다렸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들어갈 겨울 방학 때 본격적인 체험 기회를 만들어 줄 생각이다.
어쨌건 오늘 하루 해가 지려한다.
이때가 운동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그래서 쉬기로 해 놓고서 그만 운동하러 나간다. 마음 건강, 몸 건강, 가족의 행복, 일거삼득인데, 왜 마다하겠나! (나 완전히 운동에 미친놈 됐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