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리기를 시작한지 3년쯤 되다 보니, 매일 한두 시간(10~23km)씩 달리기를 계속해도 이제는 몸에 이상이 생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기록은 마라톤 하는 일반 사람들 중에서 중간이나 좀 아래이지만.
헌데 수영을 매일 한두 시간씩 계속해도 거뜬한 사람이 있었다. 수영 선수를 해 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하는데, 내가 섣불리 수영 오래하기 시합을 걸었다 완전 강아지망신을 당했다. 그것도 여자한테!
지금까지 스포츠센터나 풀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나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해 본 사람은 어렸을 때 수영 선수를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외국 생활할 때 서양 남자들도 같은 풀장에서 수영을 하곤 했지만, 나보다 월등하게 잘한다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조금 잘하는 사람을 본 정도. 그래서 나는 수영을 꾸준히 하는 사람 중에서 보통 수준은 된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최근에는 수영을 거의 하지를 않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남자도 아닌 여자이고, 수영 선수를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에 뭐 잘 하더라도 1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생각했다. 아무리 내가 쳐지더라도 30분은 버티겠지 하고 믿었다. 왜냐 하면 왕복 2회 이상 차이가 나면 진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풀장에 들어가 수영을 시작하자 마자, 실력 차이는 바로 드러났다. 첫 바퀴를 왕복하기도 전에 내가 뒤쳐지는 게 확연히 보였다. 속도에는 자신이 없었으므로, 오래 수영하기로 버티자고 마음 먹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덤벼 봤다. 왕복 2회가 차이 나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애구구… 내 생각에 왕복 5회도 하기 전에 왕복 1회 이상 내가 쳐지는 거 아닌가? 아, 무슨 여자가 저리도 수영을 지치지도 않고 빨리 나갈까? 속도를 좀 내보려다 물까지 먹고는 더 패이스를 지키기 힘들어졌다. 잠시 쉬고 있으니, 이 사람이 나를 봐주기 시작한다. 제대로 챙피다.
그렇게 다시 죽으라 헤엄을 치면서 예닐곱번쯤 왕복을 더 했나?(너무 힘들어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나에게 툭 한마디 던진다. “굉~장히 열심히 하시네요?” 갖고 노냐? 아~ 창피해 미치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실력 차이가 워낙 큰데…
그말 한마디를 툭 던지고는 또다시 나를 앞질러 가 버린다. 더는 느려서 못 봐주겠다는 듯이. 이젠 반바퀴만 더 쳐지면 승부 끝이다. 아~ 이 쩍팔림을 어떻게 넘길까가 더 걱정이다. 완벽한 KO패. 챙피해서 물에서 나올 수가 없었다. 너무나 실력 차이가 커다 보니, 나중에 연습 죽으라 해서 다시 붙자고 말할 엄두도 안 났다.
졌다. 형편없이 졌다. 2시간 예상 경기 중에서 15분도 안 되어 완전히 KO패했다. 사람인지 돌고래인지…
철인 3종 경기 나가려면 저 사람한테 30분 이상은 버틸 수 있을 정도는 해야 나갈 수 있지 싶다.
나와서 물어보니, 아직 풀장에서 자기한테 수영 배틀 덤벼서 자기를 이기는 아저씨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니, 그걸 왜 이제야 알려 주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