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PC의 소음을 잠재우다

By | 2009-11-09

HP-desktop집에 쓰라고 사 준 아이들 PC가 몇 달 전부터 켜면 팬 소음이 시끄럽게 난다. 발로 한번 툭 차면 조용해지곤 하던 놈이 요즘은 그런 꼼수는 안 통하고 초지일관 심기를 거스런다.

뜯어보니 그래픽 카드(엔비디아 FX5200)의 팬이 돌 때 나는 소음이었다. 만 4년이나 쓴 놈이다 보니 빌빌거릴만도 하다. 펜티엄4 2.6GHz인 구닥다리지만, 아이들 인터넷 접속하고 문서 작성하는 데는 아직 쓸만하다. 싸구려 그래픽 카드라 새로 사기도 아깝고 누가 쓰다 구석에 쳐박아둔 고물 피씨가 있으면 얻어다 쓸까 생각하다 두어 달 흘러버렸다. 아빠 형편 봐 줘서 군말 않는 아들녀석이 고맙다.

그러다 팬만 사다 갈아끼면 될 걸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허걱? 고정관념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건가, 왜 그 간단하고 쉬운 방법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는 후배가 다음날 용산 나갈 일이 있다고 해서 부탁해서 팬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될 일을 그 친구에게 또 민폐를 끼친 셈이 됐다. 고맙다.

HP-inner

AGP 슬롯을 쓰는 오래된 그래픽 카드(LP 브라켓)

그래픽 카드의 팬 교체 작업은 간단했다.

fx5200

A와 B를 손으로 누르면 뒷면에 삐죽 튀어 나오는 플라스틱을 잘라주면, 팬은 카드에서 분리되었다. 팬을 떼어낸 부분에 묻어 있는 마른 가루를 긁어내고, 새로 사 온 팬에 함께 들어 있는 보호액을 칩 위에 살짝 바른 다음 A와 B 홈에 끼워서 고정하고 전원을 연결해 주는 것으로 끝났다.(이 간단한 일을 반년 넘게 안 해주고 딴청 피워서 미안하다, 아들아! 다행히 우리 아이들은 내 블로그를 모르니, 아빠의 비리를 알려면 옛날 이야기쯤 되어야 알까? ㅎㅎ)

그래픽 카드를 다시 꽂고 전원을 켜 보니, 원래 미니타워 본체의 조용함으로 돌아왔다.

말이 나온 김에 아빠의 비리(?)를 하나 더 자수하자면, PC 본체를 새로 살 비용도 문제기는 하지만, 첫째인 벼리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공부하느라 바빠서 게임을 끊었는데, 둘째인 솔하는 중1이 다 끝나가고 있는 요즘도 삶의 보람을 주말에 2시간 게임하는 낙으로 일주일을 지내고 있다는 점. 그래서 그 동안 신형 PC로 바꿔 주지 않은 이유도 있단다, 아들아~! 그리고 앞으로 1년은 이놈을 더 써야 한다는 거, 사양이 딸려서 최신 온라인 게임은 할 엄두도 낼 수 없다는 걸 아빠는 알고 있거든. 요즘 스타 크래프트를 주로 하는 널 보면서 내년쯤에는 너도 게임 끊고 공부하겠다고 해 주길 은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이쯤에서 실토해 둘게! 그래도 아빠나 엄마는 너의 결정을 존중할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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