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많은 아이폰/아이팟텃치 사용자들이 아이폰/텃치에서 여러 앱을 동시에 실행해 놓고 쓸 수 있도록 애플이 올해 중순에 나올 아이폰 오에스 3.0에서 개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용자들의 바램과 달리, 다중작업(멀티태스킹) 지원은 아이폰 오에스에서 애플이 마음만 먹는다고 실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바로 아이폰 1,2세대와 아이팟텃치 1,2세대의주메모리가 모두 128MB밖에 안 되는 D램이라는 점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는 알지 못한 채 버전업 때마다 애플의 선처만 바라온 사용자들의 순진함이 측은하기만 하다. 1세대는 물론 2세대 아이폰과 아이팟텃치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최신 아이폰 오에스인 2.2.1은 부팅을 하고 나면, 이 128MB 중에서 운영체계가 작동하는데 필수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사용자가 실행하는 프로그램(앱; App)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사용자 메모리로 할당된 88MB밖에 없다. 여기서 아이폰이 휴대폰이라는 기본 역할 탓에 모바일폰 모듈이 항상 실행되어 있어야 한다. 즉 MobilePhone 앱(약 9MB)과 바탕 화면을 관리하는 SpringBoard 앱(약 16MB)은 다중작업 모듈로 항상 주메모리에 실행되어 백그라운드로 동작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MobileMail(약 20MB), MobileSafari(약 20MB), MobileMusicPlayer(약 10MB) 앱도 실행한 후 즉각 주메모리에서 사라지지 않고 백그라운드로 실행되어 일정한 작업을 하다가 필요가 없으면 주메모리에서 사라진다. 이들이 128MB밖에 안 되는 주메모리를 쪼개서 함께 써야 하는 데다가, 애플이 만들어 내장하고 있는 이들 기본 앱 이외의 외부 회사에서 만든 앱을 사용자가 설치해서 실행하면 사용자 메모리 영역인 88MB 안에서 작동을 하다가 128MB의 주메모리 총 용량을 초과하는 순간, 추가로 실행한 외부 앱은 그 즉시 끝나버린다(크래시돼 버린다).
따라서, 128MB밖에 안 되는 주메모리를 계속 이대로 유지하는 한은 아이폰 오에스에서 외부 앱은 오직 하나만 실행할 수 있고, 다른 앱을 실행하려면 실행된 외부 앱을 끝내야 하는 제약은 바꿀 수 없을 것으로 봐야 한다. 즉 외부 앱을 백그라운드로 동작하도록 허용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128MB밖에 안 되는 주메모리 용량을 늘이지 않는 한 기대할 수 없으며, 다음 세대 아이폰/아이팟텃치에서 하위 호환성을 조금 깨뜨리더라도 주메모리를 256MB 이상으로 늘이느냐에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고 본다.
탈옥해서 사이디아에서 설치한 SysInfoPlus 앱을 실행하여 본 하드웨어 정보 화면.
128MB 주메모리 용량에서(이 스샷에서는 116MB로 표시됨) 부팅 후에 앱들이 실행되면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88MB의 사용자 메모리 영역이 할당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수시로 메일이나 사파리, 음악을 듣기 위하여 해당 모듈을 실행하기 때문에, 통상 남아 있는 메모리는 30~40MB 정도밖에 안되었다.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의 경쟁 상대로 곧 출시될 팜 프리(Palm Pre) 스마트폰은 256MB의 주메모리에 다중작업 환경 지원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나머지 사양은 아이폰과 대동소이한 편. 거대 마이크로소프트는 10여 년 전부터 윈도즈 모바일 폰을 개발하면서 지금까지 뭐했나 몰라? 앞으로도 희망은 보이지 않고…). 구글의 모바일 리눅스 스마트폰 OS인 “안드로이드 1.0″을 채택한 HTC G1은 플래시 롬 256MB에 OS를 탑재하고, 주메모리는 192MB D램으로 다중작업을 지원한다.(2009년 4월 말에 안드로이드 1.5가 발표되었다. 안드로이드와 팜 프리도 아이폰과 같은 320×480 해상도를 기본으로 되어 있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지 2년만에 경쟁이 될만한 제품이 나온 셈인데, 경쟁 제품이 다중작업 환경을 꾸준히 광고하는데도 새로 나올 3세대 아이폰에서도 다중작업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사용자들의 원성은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물리적인 주메모리 용량을 늘여버리면, 아이폰 새 제품에서는 이전 세대 아이폰보다 앱들의 실행 속도가 빨라지고 외부 개발사의 앱을 설치하여 실행하더라도 좀더 안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 나올 앱들은 늘어난 주메모리를 활용하게 될 것이고, 그런 앱들은 1세대와 2세대 아이폰의 작은 주메모리에서는 작동하지 않거나 사용 도중 크래시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다.
1세대, 2세대 아이폰의 메인메모리가 128MB DRAM이라는 한계를 애플이 이번에 나올 3세대 아이폰에서 어떻게 해결할지 나로서는 여간 관심이 가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애플은 지난 2년 동안, 1,2세대 아이폰과 아이팟텃치를 내놓으면서 화면 크기, 해상도, 주메모리, 디스크 공간, CPU, 그래픽 카드 등의 사양을 똑같이 유지하면서 외부 개발자들에게 한 가지 앱만 개발하면 3000만대의 아이폰/아이팟텃치에서 똑같이 작동하게 되는 시장을 제공해 왔다. 개발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새로운 시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새로 나올 3세대 아이폰/아이팟텃치에서 애플이 그 호환성을 깬다고? 글쎄, 그리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128MB로 주메모리를 유지하면서 호환성을 계속 확보하고, 사용자 원성은 다른 핑계로 대신하느냐, 256MB 이상으로 주메모리를 늘이면서 시장 경쟁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면서 빠른 수행 속도와 실행 안정성을 높이고, 1,2세대 제품들과의 호환성은 어느 정도 감수하느냐의 선택을 기로에 놓여 있는 것이다.
(2년 여가 지나는 동안 애플은 1,2세대 아이폰과 아이팟텃치에서 같은 CPU, 같은 그래픽 칩, 같은 용량의 주메모리, 그리고 같은 3.5″ 화면 크기에 같은 320×480 해상도를 유지함으로써 외부 개발자들의 개발 편의성을 극대화해 옴으로써 앱 스토어의 성공에 톡톡히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MobilePhone/Mail/Safari/MusicPlayer 앱이 계속 실행 중인(멀티태스킹 중인) 것을 보여주는 화면.
2년이 지난 올해 중반에 나오늘 3세대 아이폰에서마저 1,2세대와 같은 스펙을 유지하기는 일관성을 보여줄까?
이미 2M 픽셀인 카메라 모듈을 3.2M 픽셀로 올려서 대량 주문했다는 루머가 나왔고, 화면 크기와 해상도는 그대로 유지한다 하더라도(해상도는 진작에 더 고해상도 모델이 다른 회사에서 다수 나와 있다), 412MHz인 CPU 클럭만큼은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고(1세대부터 CPU는 620MHz ARM CPU를 언더클럭해서 쓰고 있다고 함), 무엇보다 128MB 주메모리 용량을 늘이지 않을 수 없으리라고 본다. 주메모리 용량 확대는 현재의 아이폰 오에스는 실행 중인 앱들이 주메모리 용량을 초과하면, 사용자가 실행한 앱은 즉각 크래시돼 버리는(실행 중단돼 버림) 불안정한 경우를 줄일 수 있고, 늘어난 메모리 덕에 앱들의 수행 속도도 전반적으로 빨라지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이유로는, 1,2세대 아이폰은 시장 안착에 애플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면, 3세대 아이폰에서는 이제 경쟁자들과 차별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왔고,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장 안착에 대한 어느 정도 자신감 위에서 이번에 나올 3세대 아이폰에서는 1,2세대와의 호환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과감히 새 제품에 대한 매출 극대화에 집중함으로써, 256MB 이상으로 늘어난 주메모리를 활용하여 3세대 아이폰의 실행 속도와 안정성도 높이고, 아이폰을 이미 구매한 사용자들까지도 기변 욕구를 촉발시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새로 나올 3세대 아이폰/아이팟텃치에서마저 애플이 주메모리를 늘이지 않고 128MB로 유지한다면, 하위 호환성은 완벽하게 유지되겠지만, 외부 앱의 다중작업 허용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진다고 봐야 한다.(제발 이런 원천적인 재앙이 3년째 계속되지 않길 바란다.)
처음 생각에는 주메모리를 늘이면, 기존 제품과의 호환성을 떨어지는데, 1,2세대까지 엄격히 하나의 스펙으로 유지하려고 애써 온 애플이 과연 호환성을 저버릴까 싶었지만, 나도 맥으로 스위칭한 지 만 5년이 더 되다 보니, 기존 제품에 대한 지원을 애플이 마냥 유지하지만은 않은 사례를 몇 번 봐 왔었기 때문에, 주메모리 용량을 늘이는 쪽으로 선택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고 애플이 외부 앱의 다중작업 허용을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다. 기대는 하지만 이것까지 애플이 허용할지는 판단이 잘 안 선다. 애플은 크만큼 신중하기도 하고 독선적이기도 하니까!
어쨌건 윈도 모바일이 아이폰의 경쟁자로서 힘을 못 쓸 때, 팜 프리가 나와서 애플을 자극하는 모양새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한때는 팜 예찬론자였던 나였기에 그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