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과 홍콩에마저 뒤쳐진 한국!
“수출 100억불 달성, 선진국 진입”에 올인하던 1970년대가 엊그제 같다.
아시아에서 일본은 오래 전에 세계적인 경제 대국의 앞줄에 있었으므로, 경쟁 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었지만, 일본을 제외하면 아시아에서는 1위를 달린다는 자긍심을 각인시키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1970년대)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와서 그런지, 한국말을 쓰고, 우리 나라 땅에서 자라서 그런지, 대망의 1980년대가 되었을 때 우리 나라보다 앞서 있는 대만의 모습은 몹시 신경이 거슬렸다.
그런 나에게 21세기의 중심은 동아시아에 있다는 미래 학자들의 지적은 도무지 가까운 우리의 미래라 생각되지 않았다. IMF 경제 위기마저 닥치고 겨우 일어서 보니, 정보화 시대가 꽃을 피우면서 빠른 판단과 강인한 추진력을 지닌 우리 나라 사람들의 근성이 얼마 동안 세계 시장에서 빛을 발했다.
그런 21세기가 어느덧 2007년의 중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즈음, 싱가폴에 갈 때마다 나의 국민적인 자존심은 적잖이 상한다. 리 콴유 수상이라는 탁월한 지도자가 아주 특별한 시스템으로 키워놓은 도시 국가이니 우리보다 잘 산다 하더라도 감안할 수 있다는 식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런데 홍콩 거리를 걸으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현재 내 느낌일 뿐이지만, 홍콩도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우리 나라보다 5년은 앞서 가고 있는 것 같다. 대만, 싱가폴에 이어 홍콩과 비교해 봐도 도무지 그 격차를 인정이 안 된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 나라가 지금 이만큼이라도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밑도 끝도 없는 우리의 저력이라고 해야 할지…
그런데 미래는 더 답답하다. 점점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졌지, 좁혀질 것같지 않아서다.
공무원은 타성에 젖어 있고, 정치인은 눈앞의 편가르기에만 급급하고 있고, 노동조합의 경직성과 기업 구조의 경직성, 그러는 와중에 우리 나라의 경쟁력과 미래는 저물어 가는 것 같다. 외국 어느 기업이 우리 나라의 기업 현실을 보고 한국 땅에서 기업을 하겠다고 들어오겠는가 말이다.
벤처 기업을 경영해 본 입장이지만 아직도 나의 의식은 노동자의 입장에 더 가깝게 서 있다. 직원들의 편의를 높이고, 직원들과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회사와 하나로 생각하고 모두 함께 회사의 미래를 향해 진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나의 경영자로서의 우선 목표였는데, 끝은 그 노력을 정반대로 되받고 말았으니 나 자신 외 누굴 탓하겠는가?
악덕 기업인으로부터 최소한의 권익을 보호하고 다수 노동자의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들이 법제화됐다. 아직은 부족하다 여기겠지만, 기업의 인력 수급 환경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는 것은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본다.
이제는 다급한 마음마저 든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도 살고 우리 나라도 살텐데, 일본, 대만, 그리고 싱가폴과 홍콩에까지 디쳐져 버린 우리 나라는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어쩌다 저들이 달려갈 때 우리는 여기에 쳐져 있는지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