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500메가 인터넷을 설치했는데, 100메가 속도만 나온다”는 뉴스를 본 적 있었는데, 내가 그 경험을 할 줄은 몰랐다.
친구 사무실에 인터넷이 500mb인데 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고 해서 연휴를 이용해 가 봤다. 저 뉴스는 아마 KT 인터넷이었던 것 같은데, 친구 사무실에는 SK브로드밴드였다. speedtest.net에서 속도 측증을 해 보니 진짜 100mb 미만으로 나왔다.
인터넷 기사가 설치해 준 모뎀과 유무선 공유기, 그리고 ipTime 공유기, 허브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일단 모뎀과 유무선 공유기, 허브만 남기고 ipTime 공유기는 뺐다. 그랬더니 3~400mb 속도가 났다. 친구네 사무실에 공유기들이 얽혀 있어서였나 싶었다.
우선 속도가 정상으로 나오니, 필요없는 공유기 하나는 빼버리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무선 도달 거리가 짧은 인터넷 회사의 유무선 공유기를 빼고, 그 공유기의 Mac 주소를 복제하여 ipTime 공유기에 설정했다. 어라, 그랬더니 또 100mb 미만의 속도만 나왔다. 구글링을 해 보니, 인터넷 회사에서 제공한 공유기를 써야만 500mb 속도가 나온다는 고객센터의 답변을 받았다는 글을 봤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싸우는 건 나중이고, 일단 ipTime 공유기를 떼고, 덜떨어져 보여도 인터넷 회사가 준 공유기를 설치하고 공유기 설정 페이지로 들어갔다(192.168.xx.1). 설정을 여기저기 살펴보다 QOS 탭이 보였다. 공유기에서 속도제한 기능이 있다니? 좀더 살펴보니 황당 그 자체였다.
위 기름은 공유기 관리 페이지의 각 포트별 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WAN은 들어오는 인터넷 회선이 꽂혀 있는 단자, LAN1은 그 바로 옆에 있는 첫번째 공유기 단자. 이 둘은 1000mb 속도까지 낼 수 있다고 나오는데, 나머지 LAN2, LAN3, LAN4 3개의 단자는 100mb까지만 속도가 나오게 되어 있다. 나는 이런 변태같은 공유기를 처음 봤다. 그러니까 인터넷 회사에서 제공하는 유무선 공유기를 사용해야만 500mb 속도를 이용할 수 있는데, 4개의 공유기 포트 중에서 하나만 500mb 속도를 낼 수 있고, 나머지 3개의 포트는 100mb까지의 속도만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런 사기같은 공유기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을 감독 당국은 1~2년도 아니고 오랜 기간을 버젓이 묵인하고 있는 나라라니?
결국 1번 포트에 8포트 허브를 연결하여 사무실 내 모든 유선 랜에서 500mb 가까운 속도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나머지 3개의 포트는 빠른 속도가 필요없는 인터넷 전화기나 팩스를 꽂아주고 나왔다. 우리나라 감독 기관은 업체 편이지 소비자 편이 아닌 것 같은 현실이 아직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하루였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500메가 인터넷인데 속도가 100메가밖에 안 나온다는 글이 더러 보인다. 제대로 된 답글은 안 달려 있는 걸로 봐서는 500mb 인터넷 사용자가 많지 않은 탓인가 싶다. 아마 공유기 1번 포트가 아니었거나 ipTime 공유기 같은 것으로 대체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kt, skb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 걸 보면, LG U+의 500mb 인터넷도 크게 다르지 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