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훈련을 해 보다: 닷새 동안 100km 나눠 달리기!

By | 2008-10-17

새해가 되면 운동 목표를 세우는데, 언제나 마라톤 풀코스는 들어 있었다. 그 목표를 미룬지 3~4년이 흐른, 지난달에 드디어 마라톤 풀코스 거리를 달렸다. 미리 장거리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뛰다 보니, 무척 힘들었다.

덕분에 장거리 훈련을 평소에 틈틈이 곁들여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데, 일요일에 기로빅스 게시판에서 서 사범님이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뛰고 온 소감을 읽었다. 나는 42.2km도 그렇게 힘들게 뛰었는데, 100km라니…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했다. 물론 나는 아직 100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생각은 없다. 그거 한번 하기 시작하면 또 다음에는 무엇을 하려고 할지 끝이 안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상을 얻어 오랫 동안 운동을 못하게 될까 봐서이다. 또한 울트라 마라톤을 무시로 하다 보면, 사하라 사막 횡단까지 나서겠다고 언젠가 설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해서다. 그래서 대회는 마라톤 풀코스까지만 할 거라고 가족을 안심(?)시켜 두었다.

대신 장거리 훈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참이었으니, 100km를 5~6일 동안 나누어 달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우선 하루에 17~18km씩 달리고, 도중에 부상이 우려되면 하루 이틀 쉬었다 달리기로 했다. 재작년에 하루 15~17km씩 매일 달리다 발목에 골막염 부상이 왔기 때문에, 자만하다 또다시 부상이 재발할까 걱정되어서, 17km나 18km씩 6일 동안 100km를 달려서 부상이 재발하지 않으면, 장거리 훈련의 성과와 부상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성과를 얻게 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첫째날, 18.05km, 1:25’49” (4’45″/km) 생각보다 빠른 패이스로 부상 조짐없이 끝냈다.

둘째날, 17.09km, 1:26’37” (5’03″/km) 100km는 길어, 자만하지 말고 패이스 유지와 부상 방지 위주로.

셋째날, 18.17km, 1:33’40” (5’09″/km) 이런 벌써부터 다리가 거리에 대한 부담으로 패이스가 쳐진다.

넷째날, 20.21km, 1:41’21” (5’00″/km) 저녁에 술 약속이 있어서 내일 14km밖에 못 뛸 것에 대비하여 3km 더 달려줌. 어제는 그렇게 힘들더니, 오늘은 또 달리니까 오히려 잘 달려진다. 나흘 동안 왼발에 물집 두 개 잡힌 건 굳은 살로 변했는데, 오른발 가운데 발가락이 부어서 걷기가 불편한 것이 문제다.

다섯째날, 27.03km, 2:13’20” (4’55″/km) 10~14km만 달리고 나머지는 내일 뛸지, 오늘 27km를 다 채울지 고민했다. 나눠 뛰기는 했지만 명색이 장 거리 훈련에 100km 채우는 건데 너무 편하게 뛰면 싱거울 것 같아, 장거리에 대한 적응을 하기 위하여 27km를 채우기로 마음 먹고 뛰기 시작했다. 오른쪽 가운데 발가락은 5km쯤 넘어서니까 아픈 게 잊혀져서, 20km는 신나게 달렸는데, 그 이후부터는 꽤 힘들었다. 2km가 채 지나기도 전에 갈증이 와서 2.5km마다 물을 마셔댔다. 역시 장거리에 대한 부담은 어느 지점을 지나면 느닷없이 찾아온다. 훈련만이 대안이다.

닷새 동안 총 100.55km, 8:20’47” (4’58″/km)로 장거리 훈련을 마쳤다. 4’58″/km 패이스는 마라톤 풀코스에서 330에 해당하는 패이스다. 희망이 생긴다.

달림이들 중에는 매일 하프 마라톤 거리를 달리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매일 아침에 20km, 저녁에 10km를 달리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매일 20km를 달릴 수 있도록 해 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런 자신감을 얻었다.이틀쯤 쉰 다음에 올해 목표 중에서 남은 10km 기록 도전을 다시 준비해야지.

그러고 나면, 하프 코스 1:38’00” (4’38″/km), 풀코스 3:30’00” (4’58″/km)에 도전해 봐야지.

어쨌건 매일 20km씩만 달렸는데도 100km를 채우자니 멀고먼 거리였다. 한번에는 어휴… 자중하자. 지금도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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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0. (07:23)

요즘 나에게 보람된 시간이라면 달릴 때뿐인 것 같다. 아니 무슨 일을 해서 기쁘게 축하 받을 일이 달리기뿐인 것 같다. 그만큼 경기도 안 좋고 내가 처한 상황도 안 좋다. 이렇게 며칠 앞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마냥 쳐져만 있을 수는 없다. 오늘 하루를 보람되게 보낼 수 있는 것이 달리기가 있으니까.

잠이 일정하지 않아서 오늘 밤에도 새벽에 일어났다. 그리고는 예정에 없던 새벽밥을 차려 먹고는, 30분 동안 꼼꼼히 물집 흔적이 조금 남아 있는 양쪽 발에 테이핑을 했다. 그러면서 이번주에 월:40km – 수:40km – 금:20km를 할지, 월:60km – 목:60km를 할지, 월:100km – 금:42.2km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6’40″/km(9km/h) ~ 7분/km(8.57km/h) 패이스로 60km 이상을 달려보아서 별 다른 부상 느낌이 없으면, 마저 100km를 채워볼 생각이다.

1km를 6분 40초의 패이스로 달리면, 10km는 66분 40초, 50km는 5:33’20″가 걸릴 것이고, 그때가 되면 점심 시간이니까 식당에 가서 점시을 먹고 와야 한다. 중간에 간식 준비를 하지 않아서 점심 때까지는 물 이외에는 먹을 거리가 없다. 점심 먹고 나서 얼마나 더 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만약 100km를 다 채운다면, 6’40″/km 패이스로는 끝까지는 무리겠지만 11:06’40″다. 아마 점심 식사 후 한두 시간 동안은 7km/h 패이스나 그보다 조금 더 느리게 달려야 할 것이고, 70km를 넘어서면서 피로가 쌓인다면, 패이스를 더 올리기 힘들 것이므로 12시간 중반 정도에 마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하지만 오늘은 100km를 다 채우려고 무리를 할 생각은 없다. 처음 도전해 보는 5시간 이상 연속 달리기이고, 물 이외에는 간식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쨌건 이곳에서 5시간 이상 개방하는 공원이없으므로, 부득이 실내 클럽에서 트래드밀 위에서 달려야 하는 것이 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대신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고 5km마다 물을 마실 수 있고, 달리면서 계속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달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결과는 해 봐야 알 수 있겠다. 끝나고 나면 맛있는 저녁 먹고 안마나 시원하게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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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0. 20. (20:20)

결론부터 얘기하면,
오늘 60~100km 도전은 패이스 조절 실패로 완전한 실패를 맛 봤다.

6’40″~7’00″/km 패이스로 달려야 하는데, 시작할 때 아이팟나노+나이키 킷이 하필 km가 아닌 마일로 작동하는 통에 내가 뛰고 있는 패이스를 읽을 수가 없었다. 무척 힘들게 달리다 끝내고 싱크해 보니, 으이그 글쎄 5’55″/km 패이스로 달렸지 뭔가? 하여튼 결국 52.09km(5:08’31”, 5’55″/km)에서 멈추고 말았다.

다음에는 오늘을 거울 삼아 확실히 7분/km 패이스로 70km 이상을 끝까지 달려볼 작정이다.

간단히 오늘의 달린 과정을 기록해 둔다.
겨우 14km 지점을 통과하는데 뒷무릎 관절이 뻐근해 오고, 두 팔을 젓기가 힘겨워 왔다. 아무리 지난주에 닷새 동안 매일 20km 정도씩 달린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5km마다 물을 마시던 것이, 20km를 넘어서부터는 도저히 갈증이 나서 5km까지 참을 수 없었다. 4km 단위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30km를 넘어서니, 3km마다 마셔야 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달리는 데 더 부담스러워지는데,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으니, 일단 타는 갈증은 해소하고 볼 수밖에 없었다. 30km를 3시간 정도 걸ㄹ서 채우고 나서 배가 고파서 베지밀을 하나 사 먹었다. 갈증 때문에 너무 급히 마셨는지, 간단한 스트레칭 후 달리기를 시작하는데 명치가 결리기 시작했다. 3km쯤 달리면 풀리겠지 생각했는데, 7km쯤 지나서야 풀리기 시작했다. 다음부터는 아무리 갈증이 나더라도 물이나 음료수는 조금씩 천천히 마셔야겠다. 마라톤을 1박 2일째 하는 것도 아니고, 도대체 이런 상식도 지키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낯설기만 했다.

힘들게 4시간 걸려 겨우 40km를 채웠다. 다리도 아프고 팔도 흔들기 힘들고, 발은 붓고 물집도 다시 잡힌 것 같았다. 찹쌀 반숙과 콩 우유 반숙을 배달해 와서 먹는데,   잘 넘어가지도 않는 걸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았다. 갈증 때문에 이온 음료수를 한 병 다 마시고, 우유를 반쯤 또 마셨다. 이대로 곧바로 달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다리를 위로 하고 누워서 10분쯤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간단한 스트레칭 후 다시 달리는데, 이젠 달릴 수가 없다.

명치가 땡겨서 패이스를 팍 내려서 결리는 호흡이 풀리기만 기다리면서 억지로 억지로 달렸다. 6~7km를 겨우 겨우 달리니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정신을 가다듬고 달려 보았다. 조금 달릴만 했다. 그래도 발 이곳 저곳에 탈이 나서 더 이상 달리면 오랜 휴식을 필요로 할 것 같아서,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휴식과 준비를 좀더 한 다음 다시 도전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았다.

울트라 마라톤에서는 조급함은 곧 낙오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느긋하게 최대한 느린 패이스로 완주에 일차 목표를 두어야겠다. km당 7분도 좋고 8분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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