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이 요하문명 지역에서 건국된 것으로 추정된다거나 고구려 강토가 중국 깊숙한 곳까지 펼쳐져 있었다는 근거를 제시하는 학자들의 책도 읽었다. 청동기 시대에 다뉴세문경을 새긴 놀라운 점에 대해서나, 몽골의 침략 앞에 팔만대장경판을 조판한 세계적인 평가에 대해서 백번 공감하지만, 좁디좁은 한반도 지역에서 시대를 앞선 문명이 탄생했다 한들 세계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반도에 전 세계 고인돌의 40%가 분포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은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이 흔적없이 흘러다닌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근거는 확실해 보인다. 온돌로 난방을 하고, 김장 김치를 담그고, 가는 젓가락을 사용하고, 한글이라는 인류사에 보기 드문 글자를 만들어 쓰고 있는 나라,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면서도 이웃을 생각하고, 지배층의 착취에도 전란이 닥치면 목숨바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함께 싸워온 사람들, 일제의 폭압에도 비폭력 만세운동으로 저항한 사람들, 해방 후에도 통치자의 거듭된 독재에 다같이 뛰쳐나와 항거하면서도 비폭력으로 함께하는 사람들. 겨드랑이에서 암내가 나지 않는 유전자를 보유한 유일한 집단. 과거와 현재의 우리에 대해서 알아가면 갈수록 신기하고 유별난 점이 많은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20세기 말에 미래학자들이 21세기에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올라설 나라로 대한민국을 꼽는 책이 나오곤 했지만, 1990년대까지도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1997년에 맞은 IMF 경제 위기는 꿈에 부푼 우리들에게 커다란 좌절감과 경제적인 고통을 안겨다 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000년대가 들어서면서 불과 몇 년만에 IMF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반도체와 가전제품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서고,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 붐을 K-POP으로 한국 문화를 세계의 주류 반열에 올려놓고 있다.
살아오면서 한반도라는 작은 땅에 살아온 우리 조상들과 현재의 우리 모습에 대해서 신기하고 유별나다고 생각된 점들이, 친구가 추천해 준 [한국인의 탄생]을 읽으면서 좀더 긍정적인 바라보게 되고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내가 SF물을 좋아해서인지 현실은 좀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편이었는데, 홍 대선 작가의 [한국인의 탄생](2024년)은 한반도에 터잡고 살아온 우리 한국인에 대하여 좋은 시각을 갖게 해 주었다.
이 책을 읽은 얼마 후에 찾아읽은 김 태형 심리학자의 [한국인의 마음속엔 우리가 있다](2023년)는, 출간 순서로는 1년쯤 더 먼저 나왔지만, [한국인의 탄생]을 읽은 직후여서인지, 우리에 대한 관점을 확실하게 잡아준 좋은 책이었다. 외아들이나 외동딸도 우리 아빠, 우리 엄마라고 말하면서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롯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식체계 안에 공유하고 있는 우리라는 소속감이 다른 언어권의 “우리”와는 많이 다르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