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핸드밀(수동 그라인더)로 볶은 원두를 갈아서 한 잔의 드립 커피를 마시는데, 요즘은 1회용 포장으로 드립백이 나와서 가끔 간편하게 내려 마시곤 한다.
참고로 드립백은 파는 곳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0~12g의 분쇄된 원두가 들어 있다. 뜯어서 끓는 물을 붓기만 하면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개별 포장으로 파는 것보다 드립백에 추가 포장을 하지 않고 50개, 100개 단위로 지퍼백에 담아서 발송하는 곳 중에 케냐AA 드립백이 500원 정도 하는 곳을 찾았다.(가끔 1+1 할인도 하는데, 할인할 때 사서 250원밖에 안 해서 먹어보기 시작!)
케냐AA 원두를 주문하더라도 1kg에 맛과 가격이 저렴한 곳이 4만원 정도인데, 1잔 드립할 때 20g 정도를 사용하므로 50잔을 내릴 수 있으니 1잔 드립하는 원두 가격은 800원인 셈이다. 1+1 세일할 때 샀으니 로스팅 원두를 주문하는 것보다 드립백으로 주문하는 것이 20% 저렴하다. 내리는 시간도 끓는 물만 70~80g 부어주면 50~60g 원액이 추출되므로 바쁜 아침 시간에도 부담 없고, 사무실에서 아무 도구 없이 내려마실 수 있어서 좋다.
볶은 원두를 사서 수동이나 전동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서 드리퍼로 내려 마실 때는 원두 용량을 1잔에 20~30g 정도를 쓰곤 하는데, 드립백은 10g 포장이 많다. 그러니 절반보다 조금 적은 핸드 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는 셈이다. 이걸 욕심을 내거나 아무 생각없이 250~300ml 머그잔에 80% 이상 채울만큼 내리면, 지구상에서 아무리 맛 좋은 드립백이라 하더라도 찌꺼기 맛이 날 뿐이다. 반 잔 미만으로 내리고 멈춰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고, 구체적인 순서를 써 볼까 한다.
이번에 주문한 드립백은 드립백마다 비밀 포장이 되어 있는 형태가 아니라 드립백 자체만 담겨 있는 벌크 포장으로 50개씩 비닐 봉투에 담아서 판매하는 상품이다. 대신 벌크 포장이라 저렴하고, 자원 낭비도 적다.
[냉동실에 보관] 택배를 받으면 꼬박 하루는 시원한 곳에 그냥 둔다. 볶은 원두에 가스가 빠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10개씩 지퍼백에 넣고, 그 지퍼백들을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꺼내서 드립을 해 마시면 가장 신선하게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거 비교 실험을 한 분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나도 따라하는 것이다. [80ml 미만만 추출 후 희석] 나는 드립을 하는 서브(받침 유리 잔)로 250ml 강화유리 계량 컵(약 5천원에 구입)을 사용한다. 마름모 꼴의 일반적인 서브 유리 잔은 비싸기도 하지만, 설거지할 때 조금만 다른 그릇에 닿아도 깨져버려서 두 개쯤 깨먹은 뒤로는 강화유리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몇 년째 깨지지 않아서 그만이다.- 물을 끓인 다음, 서브 잔에 끓는 물을 조금 부어서 잔을 헹구고 그 물은 버린다. 이러면 추출한 커키를 받을 서브 잔을 미리 데우는 과정도 거친 셈이다.
- 드립백 상단을 찟어 낸 후 서브에 걸쳐준다. 되도록 안에 든 원두 가루가 평평해지도록 조금 흔들어 거치한다.
나는 주방용 저울이 있어서 그 위에 서브와 드립백을 올린 다음, 저울을 켠다. 0g이라는 수치가 저울에 나타난다. - 끓인 물을 조금씩 천천히 드립백 안에 붓는다. 대략 10~15g 정도를 한번에 부으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저울에 80g이 되도록 물을 몇 차례 나누어 천천히 부으면 추출이 끝난다.
다시 말하지만 10g의 원두가 든 드립백이라 150~200g의 물을 부으서 추출하면 찌꺼기 맛까지 나오므로 70~80g의 물만 부어서 끝내길 바란다. - 추출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머그잔에 끓인 물을 조금 부어서 잔을 데운다. 30초~ 1분쯤 후에 추출이 끝났다 싶으면, 머그잔에 든 물을 버리고, 저울에 빈 머그잔(데운 잔)을 올려놓고 저울 눈금을 0g으로 바꾼다.
처음 몇 번만 이렇게 확인하면, 그 이후부터는 추출한 원액의 용량을 저울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 추출한 원두를 머그잔에 옮겨부으니 62~5g쯤 커피 원액이 담겼다.
- 거기에 저울 눈금을 다시 0g으로 리셋한 후에 끓인 물을 80~100g 부어스 희석한다.
진하게 마시려면 50~60g 정도만 희석하고, 보통이면 70~80g 정도, 부드럽게 마시려면 100g 정도의 물을 부어서 희석하면 적당했다. 사람마다 다를테니, 희석할 물의 양은 각자 알아서… - 이제 절반 정도 채워진 머그잔을 탁자로 옮겨서 드립백으로 내린 원두 커피의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마시면 된다. 드립 커피는 호두 과자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