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영처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By | 2018-12-01

전자잉크 기기를 쓰고부터 전자책 도서관을 즐겨 이용한다. 집에서 가만히 앉아서 좋은 책을 두어 주 대출해서 읽어볼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편리한 일이 아니다. 앞부분을 읽다가 마음에 들면, 전자책을 사서 읽는다. 대출해서 읽는 책은 메모나 형광색을 칠해서 보관해 놓을 수가 없어서다.

보통은 클래식을 좋아해서 좋은 소리를 내는 오디오를 장만하곤 하는데, 나는 빈티지 오디오를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클래식을 자주 듣게 되었다. 아직은 이른바 곡알못이라 명곡을 소개한 책을 가끔 읽는다. 이번에 우연히 여의디지털도서관에서 발견한 서 영처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도서출판 이랑, 2012)이라는 책이 마음에 들었다.

영철도 아니고 영천도 아닌 영처라는 지은이 이름도 독특하지만, 내용도 클래식 소개 책의 내용과 사뭇 달랐다. 제1장. 사랑,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에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에 대한 소개로 시작하고 있다.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요약해 보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학생들이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하나둘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답은 대략 이랬다. … 그리고 마지막엔 강의실 끄트머리에 앉아 있던 한 남학색이 손을 들었다. 그는 차분한 어조로 사랑이란 ‘인간을 나약하게 하는 죄악‘이라고 했다. — “1장 사랑/사랑,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이 대목을 읽으면서, 클래식 전공하는 음대생이라 저렇게 감수성이 남다른가 싶었다. 어느 학교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더니, 지은이가 대학을 바이올린 전공으로 졸업한 후에 다시 문학박사 학위를 따서 국문과에 재직 중인 시인이다. 국문과 학생이라… 그렇지만 저 남학생은 언제 어떤 사랑을 앓았기에 대학생 나이에 세상을 저리 멀리서 바라보게 되었을까?

여하튼 재미있게 읽은 클래식 소개 책이었다.

차례
프롤로그. 음악이 내게로 왔다
1장 사랑/사랑, 내 절망의 거대한 거울!
2장 눈물/눈물이란 무엇인가?
3장 종소리/영혼을 흔드는 종소리
4장 바흐/바야흐로 바흐를 들을 시간
5장 별/내 가슴속에 자글거리는 별
6장 거울/나는 왜 거울 속에 있지 않고 여기 있을까?
7장 시간/시간아 머물러다오,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8장 음악과 권력/민족주의와 예술
9장 아름다움과 죽음/탐미주의를 노래하다
10장 오리엔탈리즘/음악 속의 오리엔탈리즘
11장 바이올린/은유의 악기 바이올린
12장 피아노/악기의 제왕 피아노
13장 숲/숲의 음악, 숲의 음향
14장 불멸/영원한 사랑
15장 꽃/그대는 한 송이 꽃
에필로그. 그토록 깊은 곳에서 울리는 음악
부록. 함께 들으면 좋을 음반

책 내용에도 명곡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지지만, 끝에 부록으로도 정리되어 있다.

부록 1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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